바닥인 줄 알았던 엔화, 지하까지 있었어?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을 거듭하더니 지난 3일 한때 1달러 당 161.94엔으로 1986년 12월 이후 약 37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또 갈아치웠습니다.
이러한 역대급 엔저 현상에 엔화 투자를 위한 엔화 예금이 올해에만 약 1조 4000억 원 가까이 불어났으나 예상보다 더욱 떨어진 엔화와 기간이 길어지며 엔화에 투자했던 이들은 바닥 밑 지하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 현 상황은?
지난해 12월 블룸버그 기사에는 3년 연속의 엔화 하락이 2024년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시 집계된 엔화 가치 전망치 중간값은 2024년 말 달러당 135엔으로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였고 일본은행이 금리에서 정책을 전환하면 달러·엔 환율은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전망에 우리나라 또한 역대급으로 많은 엔화 예금 잔액을 기록하며 엔화에 베팅을 했고 일본은행은 예상대로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며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습니다.
그런데 엔화 가치는 많은 전문가의 전망과는 달리 무섭게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달러당 140.88엔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달러당 161엔을 돌파하며 달러당 20엔이 넘게 뛰었습니다. 엔화 가치로는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일본 정부 또한 보유한 달러를 쏟아부으며 방어에 나섰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불과 두 달 만에 161엔은 무너졌습니다. 이제 전문가들은 결국 일본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개입을 하더라도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이 바뀌진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엔화 가치 추락의 원인
이러한 엔저 현장의 요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때문으로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5%이며 일본은 0.1%입니다.
환율은 다른 나라 돈을 비교한 상대적 가치로 지금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채권 수익률이 더욱 높은 미국 자산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여 엔화보다는 달러를 원하는 투자자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또한 일본에서 저려만 금리의 현금을 빌려 환전하고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며 엔화 가치를 더욱 추락하는 데 한몫을 담당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변화를 꾀하며 금리를 올렸지만 그 폭이 너무 미세하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는 변하지 않는 정책으로 시중에 돈을 풀며 금리를 내리는 효과를 계속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시장의 반응은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의지를 의심하며 엔화 가치 추락에 더욱 불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추락한 엔화 가치의 전망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최악(250%)인 나라로 그만큼 지불하는 이자도 엄청나 올해 국채 이자 지불 비용 예산만 9.6조 엔입니다. 올해 방위비 예산(7.9조엔) 보다 더욱 큰돈을 국채 이자로만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10년 뒤엔 국채 이자가 24.8조~33.5조 엔으로 불어날 수 있으니 그 금액이 엄청납니다. 때문에 정부 재정 측면에서는 금리는 낮을수록 좋을 수 있습니다. 오른다고 해도 아주 천천히 오르는 게 일본 정부 입장에선 안전할 것입니다.
또한 일본은 물가와 임금이 오르고 소비로 인한 경제 활성화 '임금-물가 선순환'을 계획하여 금리를 올릴 계산을 했고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을 했지만 정작 소비가 늘지 않아 경제 활성화와 금리 인상 계획은 뜻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은행이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에서는 탈출했지만 정책 변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3분기 엔화 환율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으며 일본 재무성의 시장 개입이 있더라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 엔화의 키를 쥔 건 미 연준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엔화 가치를 좌우하는 키를 쥐게 되었고 미국 연준의 정책 금리 인하와 관련되어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